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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y Moshing Series

외부 세계의 소음이 차단되고 오직 아이와의 촘촘한 호흡으로 채워진 지난 1년의 시간은 경이로움인 동시에, 나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극한의 피로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치열한 돌봄 속에서 정신적·육체적 소진을 겪으며 선명했던 기억들은 점차 흐려지고, 감정들은 하나의 형태로 규정되지 않은 채 뒤엉켜 남았다. 품 안에 쏙 들어오던 작은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과정은 경이로우면서도 낯설었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르기보다 여러 개의 파편처럼 겹쳐지고 뒤섞였다.

 

이러한 경험은 나의 작업이 외부 세계에서 개인의 내면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전에는 뉴스와 미디어를 통해 소비되는 사회적 사건들을 추상 회화로 변환하며, 동시대의 이미지가 기억 속에서 어떻게 변형되고 소실되는지 탐구해왔다. 스포츠 경기, 정치적 사건, 전쟁, 이상기후와 같은 장면들은 우리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만, 정보의 과잉 속에서 빠르게 소비되고 잊혀진다. 나는 이러한 이미지들을 직접 재현하기보다, 형태의 해체와 색채의 충돌, 흐려지는 경계를 통해 기억과 감각이 왜곡되는 과정을 화면 위에 옮겨왔다.

 

최근에는 이러한 관심이 출산과 돌봄이라는 개인적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사건이든 개인의 경험이든, 나의 관심은 결국 기억이 저장되고 변형되는 방식에 있다. 출산 이후 반복되는 돌봄 속에서 경험한 수면 부족, 감정의 흔들림, 몸의 변화는 시간과 기억의 감각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뒤틀어 놓았다. 명확했던 사건들은 점차 서로 겹쳐지고, 감정은 하나의 기억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기억과 충돌하며 새로운 이미지로 남는다.

 

영상의 데이터 모싱(Data Moshing)처럼 하나의 프레임이 다음 프레임으로 밀려들어 새로운 화면을 만들어내듯, 기억 역시 이전의 감정과 경험이 다음 순간으로 스며들며 끊임없이 변형된다. 나의 추상 회화는 이러한 기억의 중첩과 감각의 잔상을 시각화하는 과정이다. 화면 위에서 색과 형태는 서로 침범하고, 경계는 무너지며, 익숙함과 낯섦, 피로와 경외, 불안과 애정이 하나의 이미지 안에서 공존한다.

 

또한 출산 이후 매일의 감정과 순간들을 오일파스텔 드로잉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 드로잉들은 완결된 결과물이 아니라, 사라지기 직전의 감각을 붙잡아 두기 위한 기록이며, 이후 회화 작업으로 확장되는 중요한 시각적 아카이브이다.

 

나의 작업은 단순히 대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시간의 복잡한 궤적을 따라가려는 시도이다. 손에 닿으면 바스러지고 마는 나방의 날개처럼 형태 없이 부유하는 감각들을 붙잡고, 모든 것이 혼재되어 부서지는 혼란 속에서도 끝내 반짝이는 삶의 흔적을 발견하고자 한다. 개인의 몸과 기억에서 출발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공유하는 취약성과 감각의 구조를 회화를 통해 다시 바라보게 하는 것이 내가 지속적으로 탐구하고자 하는 방향이다.

©DY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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